책비의 말
여우가 사람이 되고, 귀신이 사랑을 하고, 서생은 번번이 홀립니다. 청나라의 밤에 수집된 기담 백 편. 정작 무서운 것은 요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들이 돌아가며 증명합니다.
첫 화 맛보기
금화(金華) 북쪽 성곽 밖에 오래된 절이 하나 있었다.
저물녘이었다. 전각과 탑은 제법 높이 솟았으나, 사람 키를 넘긴 잡초가 마당을 통째로 삼켰다. 오간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동서로 늘어선 승방은 문짝이 하나같이 헐겁게 닫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덜컹거렸다. 부러진 처마 끝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이쪽을 내려다보았다.
한 채만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