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문장을 방해하지 않는 서비스

책비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이 기능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가”가 아닙니다. 독자가 다음 문장으로 가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가입니다.
로그인은 책비에 들어오기 위한 입장권이 아니라, 이미 읽던 자리를 다른 기기에서도 이어 주는 도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는 서비스를 이어 가기 위한 수단이지만 읽기보다 앞설 수 없고, 앱 설치도 편의를 위한 선택지이지 요구사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부가 기능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작품을 찾고 읽는 일만큼은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책비는 고전을 좋아하지만 완독에는 자주 실패하던 제가, 같은 독자를 위해 혼자 만들고 있는 작은 서비스입니다. 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넣기보다 계속 돌볼 수 있는 만큼만 만들려고 합니다. 댓글이나 결제처럼 눈에 띄는 기능을 서두르기보다, 책을 찾고 열고 다시 돌아와 읽는 흐름을 먼저 다듬습니다. 큰 도서관을 한 번에 만드는 것보다 한 작품씩 끝까지 책임지고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쪽을 택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덜어낼지, 어디에서 이야기를 끊을지, 실제 문장과 화면을 독자에게 내놓아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제가 맡습니다. 공개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제가 집니다.
기획과 개발, 콘텐츠 제작에는 AI와 자동화를 도구로 활용합니다. 초안과 반복 작업을 맡기면 혼자서도 훨씬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지만, 판단까지 맡기지는 않습니다. 제안된 결과는 직접 읽고 실제로 확인합니다.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래된 이야기를 다룬다고 사용감까지 오래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와 쪽빛, 낙관 같은 요소도 옛것처럼 보이기 위한 장식으로 많이 쓰기보다 오늘의 화면 안에서 역할이 있을 때만 사용합니다. 책비다운 인상을 남기되 독서보다 앞에 나서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의 디자인 방향입니다.
아직 답을 찾는 중인 문제도 많습니다. 완성된 척하기보다 무엇을 고민했고, 왜 지금의 선택에 도착했으며, 나중에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이곳에 남겨 보려 합니다. 거창한 로드맵보다 한 문장, 한 화면, 한 작품을 계속 나아지게 만드는 기록이 되었으면 합니다.
— 책비를 만드는 사람

